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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in Zhaoyang
2011-12-02 [오마이뉴스]

회화의 새 출구를 찾아 거침없이 항해하다

2011-12-02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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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니악(Maniac)' 캔버스에 유화 150×180cm 2010. 작품 앞에 선 작가  ⓒ 김형순
청담동 디 갤러리를 기반으로 서초동에 2011년 봄 새로 문을 연 '더 페이지 갤러리'(대표 성지은)는 21세기미술에 강자로 부각한 중국현대미술을 소개해왔다. 그 중에서 이번에 차세대 대표작가로 부각되는 인자오양(尹朝陽 Yin Zhaoyang 1970~)전을 오는 18일까지 연다. '매니악(Maniac 광인)' 시리즈도 이번에 처음 공개된다.
 
한국작가 중 이우환을 좋아한다는 인자오양은 중국 허난성 난양출신으로 국립미술대학인 중국미술학원을 졸업했다. 2006년까진 아트페어에 참가하기 위해서 친구에게 돈을 빌리고 혼자 부스를 만들고 자전거로 작품을 실어 날라야 했다. 하지만 2007년 '천안문광장시리즈'를 내놓으면서 유명세를 탄다.
 
중국옥션에서 그의 세운 최고 경매가는 약 20억 선 정도다. 올해만 해도 벌써 6번째 개인전이다. 지난달에는 대만에서 이번 서울전에 이어 12월에는 스페인에서 개인전이 열린다. 그의 고향인 허난성에는 국가지원으로 인자오양 미술관도 들어선다고 한다.
 
그의 독창적 기법, '그리기-뭉개기-휘젓기'
 
▲ 인자오양 I '광장(Square)' 캔버스에 유화 150×150cm 2007. '광장'은 초기작이라 더 군중적이고 상징적이다 ⓒ 김형순
 
▲ 인자오양 I '방사선(Radiation)' 캔버스에 유화 300×200cm 2008. 북경 F2갤러리에서 선보인 작품  ⓒ Yin Zhaoyang
그는 자기만의 미학과 기법을 터득하는데 심혈을 기울인다. 그는 그림을, 그리고 그것에 성이 차지 않아 뭉개고 그것도 부족해 '회전기법'이라고 해서 동그라미를 어지럽게 휘젓듯 반복해서 그린다. 이걸 작가는 그림을 해체하는 것이 아니라 시각적 변화를 주기 위한 또 다른 모험이라고 생각한다.
 
캔버스 앞에 섰을 때 치솟는 감정을 화폭에 다 쏟아 붙는다. 이런 붓질에 어떤 특별한 규칙이 있는 것도 아니다. 작가는 작품의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회화의 또 다른 가능성을 열고자 몸을 던진다. 위 '광장'에서 보듯 '그리기-뭉개기-휘젓기'가 혼합되는 방식은 그의 창작과정에서 도약의 발판이 된다.
 
50년대 세대와 다른 70년대 '분열증' 세대
 
▲ 인자오양 I '변칙 2번(Abnormality No.2)' 캔버스에 유화 200×200cm 2009. 2010년 상하이미술관에서 전시된 작품으로 서구적인지 중국적인지 구분하기 힘들다   ⓒ Yin Zhaoyang ART-BA-BA
그는 장샤오강(1958~) 등과 같은 1950년대 '강박증' 세대와 구별되는 1970년대 '분열증' 세대다. 그래서 회화적 감수성도 다르다. 중국공산당체제 속에서도 서구자본주의를 경험하며 자랐다. 그러기에 자기세대가 가지고 있는 이중성과 모순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분열된 정신(dividing spirit)'도 여과 없이 분출시킨다.
 
분열증 세대는 강박증 세대처럼 하나의 이념이나 사조에서나 일관성이 없다. 또한 서구적이냐 중국적이냐 크게 좌우되지 않는다. 다만 중국에서 온 작가냐 서구에서 온 작가냐 정도로 문제를 삼는다. 그렇다고 중국적 사유와 기법까지 포기하는 건 아니다. 작가는 이를 "중국의 전통복식에 서구의 모자를 쓴 것"이라는 말로 비유한다.
 
인간내면 탐구하는 '밤의 인간' 시리즈
 
▲ 인자오양 I '밤의 인간(Night people)' 캔버스에 유화 30×25cm 2010  ⓒ 더 페이지 갤러리
위에서 언급한 대로 그의 실험정신은 주저함이 없다. 그는 이렇게 무슨 일을 할 때 뒤돌아볼 틈도 없이 일단 저지르고 본다고 말한다. '매니악' 시리즈의 연장인 '밤의 인간'도 그런 작가의 기질에서 나온 것이다. 이런 작품은 하루로 치면 '지루한 오후'나 한 해로 치면 '뜨거운 여름'과 같다고 빗대어 말한다.
 
인자오양은 여기서 군중적 자아보단 개인적 자아를 더 중시한다. 그는 이전 세대보다 인간내면의 탐구에 더 관심을 둔다. 삶에 대한 권태, 우울, 비애 등 개인의 내밀한 감정도 소재가 된다. 또한 작가는 대중문화의 범람 속 상품처럼 소비되는 현대인의 초라함과 자신의 모습이 너무 타인의 시선에 의존해야 하는 현대인의 초조함도 꼬집는다.
 
분열된 현대인의 심리 파헤치다
 
▲ 인자오양 I '기형(Abnormity)' 청석(Blue stone) 45×35×69cm 2007  ⓒ 더 페이지 갤러리  
  
▲ 인자오양 I '기형(Abnormity)' 청석(Blue stone) 2007 ⓒ Yin Zhaoyang
예측할 없는 불안과 공포 속에 갇혀 살아가는 현대인, 그 내면의 비극을 소름이 끼칠 정도로 잘 형상화한 프란시스 베이컨(1909~1992)처럼 인자오양도 그런 분위기다. 작품 제목 '기형'에서 보듯 그로테스크한 형상이 많다. 이는 일그러진 현대인의 초상을 표현하기에 가장 안성맞춤이리라. 그가 좋아하는 작가도 베이컨인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관객도 그의 작품을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걷잡을 수 없는 늪에 빠져 거기서 헤어나올 수 없을 것 혼란에 빠지게 된다. 회화보다 조각에선 그런 착시가 더 많이 느껴진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런 현대인의 속성을 세심하게 표현했기에 그가 세계미술시장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호소력을 얻는 원인이 아닌가 싶다.
 
시대와 사회를 대변하는 형과 색채
 
▲ 인자오양 I '매니악(Maniac)' 캔버스에 유화 100×80cm 2011 ⓒ 더 페이지 갤러리
인자오양은 중국미술의 세계화 속 중국시장의 거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미술관과 인터뷰자료에서 "불황이든 호황이든 사람들은 여전히 예술을 사랑한다고 믿기에 거기에 별로 개의치 않는다"고 답한다. 그리고 "예술은 부가가치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문화사의 필수과목으로 생각한다"는 소신도 밝힌다.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인 '매니악' 시리즈에서 작가의 개성이 더더욱 살아난다. 아예 그림이 깃털처럼 하늘로 난다. 여기 쓰인 색채가 하도 특이해 질문을 던졌더니 "색채는 작가의 목소리이자 정체성으로 매우 중요하다"며 "붉은색을 좋아하는데 이 색처럼 다루기 어려운 것이 없다"고 고백한다. 그의 색채는 급변하는 중국사회와 중국인을 대변하는 것 같다.
 
회화적 모험을 향한 끊임없는 도전
 
▲ 인자오양 I '상처받은 마음(Broken Heart)' 송진나무(Resin wood) 115×50×80cm 2007 ⓒ 김형순
끝으로 '상처받는 마음'에서 보면 작가는 관객의 가슴을 관통시키고 싶었는지 작가자신을 모델로 한 작품에서 자신의 가슴마저 뚫는다. 이처럼 그는 표정도 진지하지만 예술적 모험에도 격렬하다. 또한 그는 구상 속에 추상적 요소를 도입하고 회화 속에 조각적 요소를 혼합하며 어울리지 않는 것 같으면서 어울리는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자신에 대해 엄격해 보이는 작가의 태도에는 어떤 비장감마저도 느껴진다. 이를 줄여서 말하면 결국 그는 자신의 큰 적은 남이 아니라 바로 자신임을 자각하는 자세라고 할까. 하여간 인자오양 작가는 자신과 치열하게 전투를 벌이며 회화의 새로운 출구와 조형의 또 다른 가능성을 열기 위해 항해 중이라고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서초동 1316-5 부띠끄모나코 더 페이지 갤러리(THE PAGE GALLERY) 02-3447-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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