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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 Kuk IL

[30 NOV 2016, 뉴스1] '소리 마에스터' 유국일 "있는 그대로의 소리 전하고 싶다"



"기록은 대개 포장되거나 왜곡되기 쉽습니다. 저는 '소리'라는 기록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게 인생의 목표입니다."

'스피커 디자이너' 유국일 씨의 말이다. 세계 최대 가전 쇼 'CES'에서 여섯 번이나 수상한 것을 비롯해,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인 '레드닷' 'IF'까지 총 14개의 수상 경력을 가진 그는 세계적 권위의 독일 음향업체 '아큐톤'(Accuton)의 명장들이 '마에스터'라고 부르며 인정한 명인이다. 

유국일 디자이너가 12월1일부터 서울 성동구 성수동 더페이지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다. 스피커 에디션 7조의 신작 3점을 선보인다. 스피커라는 오브제를 눈으로 보며 그 안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귀로 듣는, 이른바 사운드 설치작업으로 볼 수 있다. 


 

'HORIZONTAL AND VERTICAL', Duralumin(6061), Stainless steel titanium, Artificial acrylic, 59.5 x 52.5 x 134.5㎝, 150㎏(pair), 2016 (더페이지갤러리 제공) © News1



29일 전시장에서 만난 유 디자이너는 재즈가수 나윤선의 '아리랑'을 들려주며 "비브라폰의 잔향을 느껴보라"고 권했다. 가수의 숨소리, 바이브레이션까지 깨끗하면서도 깊은 '잔향'에 마음이 차분히 내려 앉는다. 

그는 "현대 스피커에서 가장 중요한 건 공간감을 내는 것"이라며 "관현악을 들으면 제1, 제2, 제3 바이올린까지 위치가 다 파악된다. 스피커 뒤에서 소리가 나는 듯한 깊이감, 공간감이 작품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유 디자이너는 이미 만들어진 음악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정직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거기에 무엇을 더 만들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모든 음악을 듣는다. 특히 한 번의 튜닝을 위해서 베토벤의 '황제' 1~3악장을 수백번 넘게 듣는다고 했다. 

"틀린 부분이 들리면 처음부터 다시 들어야 해요. 그 부분만 찍어서 다시 들을 수가 없거든요. 스피커는 음악이라는 감성에 관한 모뉴멘트(Monument)이기 때문이지요."

그에게 튜닝은 매우 경건한 작업의 과정 중 하나다. 

"튜닝을 앞두고는 전날부터 굶어요. 그리고 다음날 일어나서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맥주 한 캔을 들고 한 시간동안 바깥을 내다보며 나무도 보고, 바람 소리, 새소리를 들어요. 몸을 '신경질나게' 만들어 청각을 극대화하는거죠."

금속을 주 소재로 하는 그의 스피커는 개당 150~190kg이 넘는 육중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무게가 무거울수록 진동을 제어하면서 소리의 임팩트만 있는 그대로 방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국일 디자이너 © News1


전국에서 가장 매매가가 비싸기로 소문난 주상복합 '갤러리아포레'에 위치한 전시 공간에서 선보이는 '명품' 스피커의 가격대는 갤러리 측에 따르면 '최소 5000만원'은 넘는다. 작가는 '호사로운' 소리의 향연을 즐기는 법을 제안했다. 

"아이가 어머니의 뱃속에 있을 때 양수에서 듣는 게 일종의 '화이트 노이즈'예요. 그 소리야말로 '힐링'의 소리죠. 제 스피커를 통해 파도 소리를 들으면서 실제 바닷가에 있는 듯한 착각을 느껴보세요."

전시는 2017년 1월31일까지. 문의 (02)3447-00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