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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 Kuk IL

[1 DEC 2016, 매일경제] 갤러리에 명품 스피커가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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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에 미술품만 걸던 시대는 지났다. 갤러리에 디자이너 가구가 들어오더니 이제는 '남자들의 마지막 취미'라 불리는 명품 오디오마저 들어왔다. 서울 성수동 더페이지갤러리 풍경이다. 

세계적인 스피커 디자이너 유국일 씨(51)의 개인전 '유국일의 메탈 스피커 : 원음 그대로'전이 서울 서울숲 더페이지 갤러리에서 열린다. 갤러리에 들어선 순간 날카로운 명품 사운드가 온몸을 휘감는다. 흡사 미술관이 아니라 공연장을 방불케 한다. 재즈나 클래식, 가요 그 어느 음악이 들려도 각각의 음이 정확하게 꽂혀 군더더기가 없다. 

소리에 관한 한 독보적이라 평가받는 유씨는 "금속은 나무에 비해 소리가 정확하고 깨끗하다. 각각의 소리가 정확하면 서로 겹치지 않아 제대로 들린다. 세상의 여러 의견도 제대로 서게 되면 맑은 세상이 되는 이치"라고 말했다. 제각기 자신의 소리를 명확하게 내기만 하더라도 소통이 잘되는 사회가 될 것이라는 얘기가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홍익대 금속조형디자인학과를 졸업해 소리에 빠져 산 지 40년이 흘렀다. 그간 기술특허 8개, 디자인특허 32개, 국제특허 1개를 땄으며 디자인계에서 가장 저명하다고 하는 레드닷 어워드도 수상했다. 

2003년 성곡미술관 개인전 이후 13년 만에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금속 스피커 신작 3점을 선보인다. 에디션이 모두 7쌍씩 있다. 우주의 별을 모티브로 한 13번째 스피커 모델인 '혜성'과 사각형의 모양을 강조한 '수직과 수평', 마차의 말 두상을 연상케 하는 '셀레나의 말'이 전시장에서 위용을 뽐낸다. 두 번째 전시장에서 만나는 잔잔한 파도소리는 그 자체로 '힐링'이 된다. 

소리에 관한 철학은 심플하다. 그는 스스로를 "이미 녹음돼 있는 소리를 있는 그대로 전달해주는 사람"이라며 "소리야말로 시대의 기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1년에 열 세트 정도 스피커를 만든다. 대량생산을 하지 않는다. 내부 배선도 금과 은을 쓸 정도로 공력을 다한다. 최고의 음(音)을 내기 위한 노력이다.

현대미술에서 사운드의 영역이 커지고 있지만 그는 굳이 미술과 음악의 만남에 방점을 찍지는 않았다. "미디어 작가들이 개념만 얘기하는 데 비해 저는 스피커 하나를 개발하는 데 2~3년이 걸려요. 제 관심은 소리로 100평 넘는 공간을 꽉 채울 수 있느냐, 어떻게 하면 원음 그대로 소리를 내느냐에 있죠." 

절대 음감을 가지고 있는 데다 튜닝에도 '최고의 귀'를 갖고 있는 그다. 국내 최고 공연장을 묻자 LG아트센터를 꼽았다. "소리는 추억과 상상력을 불러일으키죠. 저는 소리와 역사를 하나의 동일한 주제어로 생각합니다. 역사도 있는 그대로 왜곡 없이 다루어야하듯 소리 또한 진실성 있게 다루어 그대로 전하고 기록돼야죠." 전시는 내년 1월 31일까지. 

(02)3447-00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