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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 Kuk IL

[2 DEC 2016, 헤럴드경제]가수의 목소리 떨림과 숨소리, 악기의 호흡까지…‘보이는 듯 한’소리 재현



-완벽한 소리 만들기 23년 ‘스피커 디자이너’ 유국일


“자 이제, 여가수가 나올겁니다. 눈을 감고 들어보시죠” 

육중한 스피커 두 대에서 약간 떨어진 소파의 정중앙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눈을 감고 나오는 음악에 집중했다. 반주는 기타줄이 튕기며 나는 금속 소리, 연주자가 손가락으로 기타 통을 두드리는 소리까지 선명하다. 가수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헙’하고 숨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스피커의 현재 위치보다 5미터 후방, 정중앙에서 노래하는 여가수의 존재가 생생하다. 

‘공연’이라는 장르의 가장 주된 특성 중 하나는 ‘재현’이 불가능 하다는 것이다. 같은 레퍼토리라도 공연자, 악기의 상태, 날씨 심지어는 당일 공연장을 찾은 사람들의 분위기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진다. 같은 공연이란 없다. 
 


그러나 이 ‘재현’에 목을 매는 사람이 있다. 스피커디자이너인 유국일(51)이다. 

금속조형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지난 23년간 이상적 스피커의 소리를 만들기 위해 메탈스피커를 디자인했다. 최근에는 아이리버와 손잡고 고급 스피커인 ‘아스텔앤컨(Astell & Kern)’을 론칭하며, 음악 매니아들 사이 ‘가성비 갑’으로 꼽히는 스피커를 줄줄이 출시하기도 했다. 

그의 목표는 콘서트홀에서의 감동을 그대로, 악기들의 호흡을 그대로, 가수의 떨림과 흐느낌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다. 녹음된 음원을 원음 그대로 전달하는 동시에 자연스러운 음의 밸런스를 유지하는게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 ‘음’이다. “클래식이면 클래식, 재즈면 재즈. 음악 장르마다 독특한 편향성이 있는데, 제 스피커를 듣는 사람이 특정 음악만을 듣진 않겠죠. 모든 음악을 위해 밸런스를 맞추는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예민하고 정확한 스피커 음질을 만들기 위한 그의 노력은 기술특허 8개, 디자인특허 32개, 국제특허 1개로 나타났다. 세계 최고의 하이엔드 음향 유닛 업체인 독일 아큐톤(Accuton)사는 그를 ‘마에스터’라 부른다. 글로벌 레코드사인 ECM의 설립자이자 대표인 만프레드 아이허는 “당신 스피커에서는 이미지가 나온다”고 극찬했다. 

유국일 스피커의 핵심은 ‘진동의 억제’다. 스피커는 음파로 인한 내부 진동 때문에 스피커 통이 울리며 원래 소리와 주변 진동으로 인한 왜곡된 소리가 청자에게 전달된다. 진동은 무게에 반비례하기에 사실 나무보다는 메탈이 스피커 재료로는 더 적합하다. 그가 주로 사용하는 금속은 ‘두랄루민’으로 가볍고 단단해 비행기 제작 소재로도 쓰인다. 실제로 하이엔드급 스피커는 메탈로 제작하되, 마감만을 나무로 하기도 한다. 

기자가 들었던 ‘호리존털앤버티컬(Horizontal and Vertical)’스피커는 한 쌍의 무게가 150kg에 육박한다. 

진동으로 인한 왜곡(뭉개짐)이 사라진 원음은 맑고 깨끗하다. 인터뷰 내내 상당히 큰 소리로 음악을 들었지만, 대화에 방해가 된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명확한 음끼리는 구별이 가능하기 때문”이란다.

스피커가 갖는 조형적 즐거움도 유국일 스피커의 특징이다. 대신 형태는 철저히 기능을 따랐다. “스피커에서 음파가 발생할 때, 주변 면적에 의한 영향으로 음이 탁해지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는데 조형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는 설명이다. 

그의 명품 스피커는 서울숲 갤러리아포레 더페이지 갤러리에서 만날 수 있다. 내년 1월 31일까지 ‘원음 그대로’라는 개인전을 통해서다. 갤러리는 매 주 작가와 함께하는 음악감상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음악 애호가라면 놓치면 아까울 기회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