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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us Lüpertz
2013-04-28 [매일경제]

국내 첫 개인전 여는 獨 신표현주의 거장 마커스 뤼페르츠

2013-04-28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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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저를 도우소서. 강물에 정말 신력이 있다면 기적을 베푸시어 저를 괴롭히는 이 아름다움을 거두어주소서."

`태양의 신` 아폴로의 맹렬한 추격에 다프네는 아버지이자 강의 신인 페네이오스에게 이렇게 절규한다.

기도가 끝나기도 전에 다프네는 다리가 풀린 듯 정체 모를 피로를 느낀다. 그녀의 가슴과 다리 위로 월계수 잎사귀가 뒤덮이게 된 것이다. 그런데도 아폴로는 나무가 된 그녀에게 입을 맞춘다.

아폴로가 수동적이고 무력한 다프네를 탐하는 그리스 신화 속 이 장면은 역대 미술가들이 즐겨 그린 소재다. 아폴로와 다프네의 관계는 관람객과 예술의 관계를 의미하기도 한다.

작품을 능동적으로 탐구하고 정의하는 관람객이 아폴로라면 다프네는 평가와 해석이라는 잣대에서 자유롭지 못한 예술이라는 식이다.

그런데 독일 `신표현주의 거장` 마커스 뤼페르츠(72)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예술이 그 자체로 존재한다고 믿는다. 별다른 해석이 필요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가 빚은 다프네는 아폴로 없이 홀로 서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다프네가 국내 갤러리에 상륙했다. 뤼페르츠의 국내 첫 개인전이 열리는 서울 서초동 더페이지갤러리에서 다프네는 자그맣지만 강렬한 아우라를 뽐낸다. 작가는 고전적인 아름다움의 대명사인 다프네를 울퉁불퉁한 현대적인 여인으로 탈바꿈시킨다.

북핵 위기 고조로 방한 일정을 미룬 화가는 이메일을 통해 "신화는 예술의 뿌리이자 내 뿌리"라며 "신화라는 과거를 통해 미래를 본다"고 말했다.

뤼페르츠는 게오르그 바셀리츠와 안젤름 키퍼 등과 함께 독일 신(新) 표현주의 운동을 주도한 화가다. 1980년대 전 세계 미술계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신표현주의란 사진보다 회화라는 전통적 매체를 선호하고, 민족의 역사와 신화를 주제화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모교인 뒤셀도르프 미대 학장을 지낸 그는 "신표현주의는 정신적인 것이 아닌 방법적인 것"이라며 "그 표현은 종종 잔인하면서 어둡고 고딕적"이라고 설명했다.

보다 주관적이고 강렬한 표현이 특징인 신표현주의는 미니멀리즘과 개념미술의 반작용으로 일어났다.

공교롭게도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경험한 동독 출신 작가들이 모태가 됐다. 미국에는 줄리언 슈나벨과 데이비드 살레가 신표현주의 대표 작가다.

전시장에는 다프네 변신 이야기뿐 아니라 트로이 전쟁을 일으킨 `파리스 심판`을 현대적으로 비튼 7m짜리 페인팅도 걸려 있다. 파격적인 구도와 강렬한 인물 표현, 자유롭고 공격적인 필치가 특징이다.

조각가이기도 한 그는 캔버스를 벗어나 프레임 바깥에도 물감을 칠하거나, 브론즈 조각 위에 화려한 유화 물감을 입혀 조각과 회화의 경계를 허문다. 전시장에 나온 작품 21점은 그리스 신화 시리즈뿐만 아니라 구상과 추상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목자의 생각` 시리즈, 누드 백 시리즈 등을 망라한다. 1980년대부터 최근작까지 두루두루 소개된다.

그에게 그림은 무엇일까.

"그리기는 화분에 물주기와 같아요. 한번 물주기를 잊으면 꽃이 죽죠. 저는 그리지 않으면 죽습니다. 그리는 것이 저의 존재 이유이자 운명이죠."

전시는 6월 23일까지.

(02)3447~0049

[이향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