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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tafa Hulusi
2011-10-10 [매경이코노미]

더페이지갤러리 ‘무스타파 훌루시’ 개인전…한 폭에 동일 소재 사실화·추상화로 담아

2011-10-10 [매경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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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입구에 들어서자 두 개의 올리브나무 사진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언뜻 같은 사진 같다. 제목도 ‘사이프러스 올리브나무’다. 그런데 찍은 연도가 다르다. 터키와 그리스 간 분쟁 이전과 이후다. 평화의 시대에서 분단의 시대로 넘어갔지만 올리브나무는 그 자리에서 여전히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인간들끼리 벌인 갈등에도 불구하고 사진 속 세상은 평온하기 그지없다. 작품을 본 시간은 1~2분이지만 관객은 ‘실존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읽고 무릎을 친다.

아편 역시 마찬가지다. 한때 인류는 이를 두고 전쟁까지 벌였다. 하지만 작품에 나온 아편꽃(양귀비)은 말 그대로 아름다운 꽃일 뿐이다. 이름 모를 꽃이라면 아름다움 그 자체로 즐길 텐데, 사람들은 그 꽃이 아편이란 걸 아는 순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본다.

최근 영국에서 떠오르는 스타작가 무스타파 훌루시의 작품은 이처럼 철학적이다. 그가 국제분쟁, 마약 등 사회문제와 함께 호흡할 수 있던 배경은 그의 출생과 많은 관련이 있다. 그는 영국에서 태어난 터키계 키프로스(사이프러스의 그리스어 이름)인이다. 베네치아비엔날레에는 키프로스 대표 자격으로 작품을 출품하기도 했다.

“부모님과 친구들의 국적, 인종이 다 달랐어요. 전 그게 혼란스럽다기보다 더욱 다양한 시선을 가질 수 있어 좋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터키와 런던은 기독교 문화와 이슬람 문화의 본산인 만큼 충돌할 수 있는 요소가 많잖아요? 그런 환경에서도 제가 예술가로 이만큼 성장했으니 저 자체가 희망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영국 런던 시내를 갤러리라고 보고 제 이름을 주제로 한 대형 프로젝트를 했는데 사람들이 열광하더군요. 미술계의 라이징 스타라고 불러주는데 부인하지 않습니다. 저는 영국인이지만 또한 세계인(cosmopolitan)이기 때문에 이런 표현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어찌 보면 당돌하지만 또 한편으로 솔직해서 좋다. 1971년 영국에서 태어나 영국 미술명문 골드스미스대에서 순수미술과 비평을 공부한 후 왕립미술대학원(Royal College of Art)에서 사진을 전공했다. 그리고 학창 시절 내내 중국, 동남아는 물론 남유럽, 남미 등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작품활동을 했다.

데뷔 후에는 주로 유럽권에서 활동했는데 영국 테이트모던미술관과 사치갤러리 전시를 계기로 세계적인 작가로 떠올랐다. 영국 현대미술을 발전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영국 왕실로부터 작위를 받은 평론가 노만 로젠탈(Norman Rosenthal)이 항상 그의 전시 평론을 쓸 만큼 인정받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이번이 첫 전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세계 최초로 ‘The Empty Near East’란 작품을 선보여 더욱 눈길을 끈다. 미디어아트 계열의 이 작품은 아름다운 섬을 영상으로 보여주는데 사실 이 섬은 미군기가 추락한 후 화학물질 유출로 무인도가 된 곳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완벽한 이상향처럼 보이는 곳, 그러나 결말은 ‘이는 모두 허구’라 말한다. 허무한 결론 같지만 현실에서 있을 법하다는 생각도 든다. 이처럼 기발한 발상이 그의 작품을 떠받치는 생명력이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