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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n Chang Hong
2012-11-06 [NEWSis]

[2012 뉴시스] 화가 안창홍, 사진속 인물들 눈 감기다…'아리랑'

2012-11-06 [NEW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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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유상우 기자 = 빛바랜 흑백 이미지 속 인물들의 모습이 서글프다. 모두 눈을 지그시 감고 무슨 생각에 잠겨있는 듯하다. 결혼식, 동창회, 졸업식, 가족사진 등이다. 행복해야 할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모두 무표정에 빛바랜 흑백효과로 엄숙함을 더한다. 일제강점기와 독립 이후 급격한 변화를 경험한 한국의 근현대 사진에 찍힌 인물들이다.

서양화가 안창홍(59)이 내놓은 신작 '아리랑' 시리즈다. 보편적이고 역사적인 '아리랑'이라는 노래를 바탕으로 풀어냈다. "아리랑은 민족의 희로애락이 가장 잘 녹아 있는 노래다. 제목을 아리랑으로 지은 것은 그와 같은 맥락"이라고 소개했다.

화면 속 모습은 사적인 순간의 기록이 아니다. 사회적인 목적으로 찍은 사진이 대부분이다. 안씨는 이들의 모습을 그대로 캔버스 위로 옮기면서 눈을 감긴다. "인물들의 눈을 감긴 행위는 우수와 연민, 비애감 혹은 내면으로 침잠된 듯한 시각적 효과와 사진이 가진 고유한 정서를 뒤집어 존재의 부재를 의미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관객은 그림을 바라보고 있는데 그림 속 주인공은 자신의 내면을 보고 있다"며 "이는 우리의 가치관을 새롭게 생각해보자는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완성된 흑백그림 위에 가해하듯 중첩해 사진 속 인물들을 그 시대의 현실 속으로 불러내 이미 경험했거나 경험해야 할 사건들 속으로 끌어들였다. 사진의 모티브를 회화적 방식으로 변용해 그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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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긴 흔적, 그을린 자국이나 혈흔, 구겨진 효과까지 오래된 사진 모습 그대로다. 얼룩은 "역사의 삭풍을 모질고 질기게 헤쳐 갔을 지친 영혼들의 상처와 시대의 우울을 상징한다"고 전했다. 역사의 상처와 개인이 입은 상처를 포함한다. 때때로 이것은 덩어리나 찢어지고 긁히고 뜯어진 모습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구겨지고 손상된 그림들은 세피아, 흑백, 노란 피막으로 거듭나 시간의 흐름과 함께 삶의 단층을 보여주면서 변화되는 과거를 상기시킨다.

신작은 1970년대 후반 시작한 '가족사진' 연작부터 '봄날은 간다' '사이보그' '부서진 얼굴' '49인의 명상' 등의 제목으로 발표해 온 것의 연장선 상이다.

"작가는 하나의 주제로 살아갈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 예술이란 새로운 것을 표현하는 것이며 끊임없는 자아 성찰의 결과"라며 "하나의 시리즈에 안주하기보다 새로운 것을 발견한 나 자신이 앞으로 무엇을 생각해야 하며 이것을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해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작업이 끝나면 "과거를 통해 현재를 뒤집어 보고 현재를 통해 문화적 양식이나 사고로 과거를 뒤집는 작업을 해볼 생각"이다. 자연에 녹아있는 풍경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자연이 얼마나 대단한지, 시골생활을 통해 알게 됐다. 멋들어진 풍경 작업을 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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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시리즈에서는 현재진행형인 이 시대의 야만과 불길한 미래를 이야기한다. 과거의 시간 속에서 끄집어낸 한 장의 사진에 포개진 가해의 흔적과 눈을 감기는 행위는 이를 더욱 확장한다.

안씨의 작품 20여점은 서울 서초동 '더 페이지 갤러리'에서 7일부터 소개된다. 사진 자체를 작품으로 활용한 것도 있다. 12월9일까지 볼 수 있다. 02-3447-0049

swryu@newsis.com

 

출처: https://newsis.com/view.html?ar_id=NISX20121106_00115827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