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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tafa Hulusi

[2015 아시아경제] 미술 작가 무스타파 훌루시 “제국주의는 자원의 유한성 때문”



미술 작가 무스타파 훌루시 “제국주의는 자원의 유한성 때문”

공유최종수정 2015.03.20 17:41 기사입력 2015.03.20 17:41
 
무스타파 훌루시와 그의 작품

무스타파 훌루시와 그의 작품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하늘색 벽에 검붉은 꽃 한 송이와 중심을 향하여 집중된 선형 패턴을 한 폭 화면에 나란히 배치했다. 화면 오른쪽에 있는 꽃은 '키프로스 블랙 튤립'이다. 이 꽃은 시들기 직전 검정에 가까운 빛깔을 띤다. 꽃의 아름다움은 마지막 순간, 절정에 이른다. 이후로는 내리막길이다. 사람들은 꽃의 아름다움이 영원하길 바라지만 계절이 바뀌어 꽃잎이 떨어지고 열매가 썩는 일은 당연한 이치다. 그러나 아름다움과는 별개로 꽃의 생명은 순환한다. 한 꽃의 마지막은 다음 꽃의 시작이다. 영국 미술 작가 무스타파 훌루시(44)는 이렇듯 꽃에 혼잡하게 내재된 ‘유한성과 무한성의 충돌’을 작품에 담아냈다. 꽃은 유한성을, 꽃의 느낌을 표현한 선형은 무한성을 의미한다.
 
한국적 소재를 이용한 무스타파 훌루시의 작품

한국적 소재를 이용한 무스타파 훌루시의 작품


한 편에는 보이는 대로 그려낸 극사실주의 '구상화', 다른 한 편에는 느끼는 대로 표현한 '추상화'. 무스타파 훌루시가 즐겨 사용하는 작품 형식이다. 그는 지난 18일부터 서울 성동구 성수동 더페이지갤러리에서 열리는 개인전에서도 구상회화와 추상회화를 한 화면에 배치했다. 이번에는 특별히 한국적 소재를 이용한 작품도 준비했다. 재작년 한국을 방문해 전국 국립공원과 제주도, 서울을 탐방한 느낌을 바탕으로 삼았다. 탐스럽게 열매 맺은 능금나무, 활짝 핀 동백과 철쭉 구상화가 그 느낌을 표현한 기하학 추상화 옆에 놓여 있다.


무스타파 훌루시가 이렇듯 꽃과 과일을 소재로 ‘무한성과 유한성의 충돌’에 천착한 작품을 계속하는 이유는 그의 출생과 관련이 있다. 작가는 1971년 영국에서 태어난 터키계 키프로스인이다. 그는 성장하는 동안 영국에 잔존하는 제국주의적 태도들과 맞서 싸워야 했다. 그는 민족적 우월감에 빠진 이들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작품을 만들며 스스로의 문화를 만들어나갔다. 그의 작품에서 꽃과 과일은 아름다움과 풍요로움을 상징하지만 동시에 자원의 유한성을 의미한다. 반면 끝없이 이어지는 선형의 추상화는 영원성 즉 무한성을 말한다. 그는 "제국주의는 자원의 유한성 때문에 발생했다"고 했다. 추상화는 곧 제국주의에 대한 반발인 셈이다.

그러나 그는 작품의 의미를 한정하지 않는다. 그의 그림을 보는 이들에게 자신과 같은 관점을 가지라고 강요하지도 않는다. "작품을 통해 보는 즐거움을 느꼈다면 충분하다. 너무 많은 생각은 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시각 예술을 통해 전 세계 어디든지 여행할 수 있다. 이 자유로움이 바로 내가 예술을 즐거워하고 예술가가 된 이유이다".

무스타파 훌루시는 영국의 양대 미술명문인 골드 스미스에서 순수미술과 비평을 전공했고 왕립미술대학원에서 사진을 수학했다. 40대 초반의 젊은 나이로 이미 세계 미술 시장의 커다란 입지를 확보한 무스타파 훌루시는 52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키프로스 국가대표로 참여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회화를 비롯한 비디오 아트, 사진과 같은 그의 작품 30점을 선보인다. 4월 30일까지.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출처: https://www.asiae.co.kr/article/20150320172320570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