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단 한 권만 꽂을 수 있게 만든 책장, 마감하지 않은 안쪽 면엔 깎아낸 나뭇결이 살아있다. 길쭉한 타원형의 책장에 꽂힌 책을 보기 위해선 자연스럽게 내부를 응시하게 된다.
조각가 나점수가 만든 가구는 가만히 응시하는 시간과 침묵 속에 사유할 공간을 만들어낸다. 거친 나뭇결이 살아있는 테이블은 두꺼운 상판의 안을 파내 들여다보고 만질 수 있게 했다. 옮기기 불편할 정도로 묵직한 의자에 앉으면 무게감이 몸에 고스란히 전해져 자연스레 생각에 잠기게 된다.
아트퍼니처 작가 정명택은 경주 황룡사 터에 놓은 초석에서 영감을 얻은 ‘둠’을 선보였다. 초석을 청동으로 주조해 청동 본연의 색깔을 살릴 수 있도록 색을 입히고 벗기는 과정을 거듭해 재료의 물성과 황룡사 초석의 느낌을 살렸다. 무게가 140㎏에 달하는 벤치를 통해 1500년 전 신라시대부터 전해온 한국적 정신과 미를 담았다. 정명택은 “마모된 육면체 덩어리로 무위와 무심, 무형의 철학을 담고자 했다. 사물과 공간의 근본적 관계에 대한 탐구로서 인간이 사물을 특정한 장소에 두는 행위와 시공간의 의미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