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숨쉬듯, 호흡하며 붓을 들다
세상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을 가진 작가의 작품은 사람을 얼마나 깊어지게 하는가.
한국 단색화의 거장 최명영 작가의 작품이 그렇다. 작가는 평면 캔버스에 단순한 붓질을 반복한다. 손이나 도구를 활용해 작품에 같은 흔적을 남기며, 그 과정에서 영혼의 숨결을 불어넣는다. 그의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작품은 질서 정연하거나 춤추듯 자유로운 무늬로 화폭에 표현된다. 이는 작가의 몸과 호흡이 만들어낸 흔적이자 평면이라는 한계 속에서 작가가 찾아낸 자유다. 사람이 매일 호흡하며 같은 행위를 반복해서 살아가는 것처럼, 작가 역시 매일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삶의 비밀을 좀 더 가까이 들여다보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매서운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 겨울날, 작가의 작업실을 찾았다. 온화한 미소로 맞이하는 작가와 무한한 삶의 깊이를 담고 있는 작품들이 가득한 공간은 바깥의 날씨를 금세 잊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