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나무… 한지… 자르고 또 쌓고

동아일보
한국의 돌탑에서 영감을 얻어 ‘쌓기’ 중심의 조각 작품을 선보여 온 박석원(82)의 개인전 ‘비유비공(非有非空)’이 서울 성동구 더페이지갤러리에서 11일 개막했다. 이번 전시는 1980년대 전후로 시작된 작가의 ‘적의(積意)’ 시리즈를 중심으로 조각 16점과 평면 작품 14점을 선보인다. 전시 제목은 ‘있지도 아니하고 없지도 아니한 유(有)와 무(無) 사이의 상태’라는 뜻으로, 어느 한 곳으로 치우치지 않으려는 작가의 태도를 담았다.

‘적의’ 시리즈는 돌이나 스테인리스, 나무를 기하학 형태로 자른 뒤 다시 쌓아 올리는 행위가 중심이 된다. 자연의 형태를 묘사하는 전통적 방식이 아니라 ‘절단’과 ‘축적’을 이용해 재료 그 자체의 물성을 강조하는 추상 조각으로, ‘뜻을 쌓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적의’ 시리즈는 조각뿐만 아니라 자른 한지를 수평·수직으로 중첩한 회화 작업으로도 이어진다. 이것 역시 한지 자체의 물성을 강조한 작업이다.
January 1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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