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첫 아이를 임신 8개월 때 유산했습니다. 그 일을 겪은 후 2014년부터 공처럼 둥근 형태를 수직으로 쌓아 올리는 '스택(Stack·'쌓다'는 뜻)' 시리즈를 시작했죠. 보세요, 사실상 이런 구조로 물건이 위로 올라갈 순 없어요. 그 불가능한 걸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스택'은 제게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지난달 30일 서울 성수동 더페이지갤러리 WEST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영국 미술가 애니 모리스(Annie Morris·44)는 자신이 겪은 아픔을 털어놓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여러 사람 앞에서 자신의 삶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간을 돌이키는 게 쉬울 리 없다. 그러나 그는 "제 작업은 여성이라는 존재에서 비롯된 주제와 매우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며 "궁극적으로 제 작업은 트라우마, 고통과 불안을 즐거운 감정으로 바꾸는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조각과 드로잉, 바느질 회화 등 평면과 입체를 넘나들며 작업하는 모리스의 한국 첫 개인전이 오는 11월 2일까지 열린다. 규모는 매우 작지만, 작가의 스택 시리즈와 꽃 여인(Flower Woman) 시리즈, 그리고 그가 '실 회화(Thread Painting)'라 부르는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