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미술·건축·클래식·영화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뜨거운 장면을 〈보그〉가 정조준했다. 태피스트리와 조각이 부흥 중인 현 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애니 모리스의 한국 첫 개인전을 비롯해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가 홍콩의 스카이라인을 새롭게 연결한 더 헨더슨에 안착한 크리스티 아시아 태평양의 새 본부,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임윤찬이 세계를 흔드는 지금, 한국 클래식계의 숨은 공로자인 미숙 두리틀, 영화 산업에서 여성의 위상을 높이고자 제정된 까멜리아상의 첫 수상자인 류성희 미술감독까지, 문화계는 추수와 동시에 씨를 뿌리는 중이다.
애니 모리스는 사산과 부모의 이혼을 작품으로 승화해 스스로를 치유한다. 우리도 그녀의 작품에서 위안을 받고 내일을 새롭게 시작할 것을 기원한다.
영국 미술가 애니 모리스(Annie Morris)의 형형색색 작품에서 상처를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작가는 비극적 트라우마를 회피하기 위해 조각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사색의 시간을 에너지로 활용해 종이나 캔버스에 담는다. 컬러풀한 구를 쌓아 올리는 조각 ‘Stack’ 연작 때문에 사람들은 그녀의 작품 세계에서 색깔이 중요한 요소라고 여기곤 한다. 하지만 기존 작품에서 색은 동떨어져 있었다. 어떤 작품은 한쪽 구석에만 있는 정도였다. 전체적으로 블랙 & 화이트지만 약간의 색을 가미해 희망을 나타내기도 한다. 즉 이런 이미지에서 컬러 조각은 더 강렬하게 발현되어 희망을 보여준다.
애니 모리스는 첫아이가 뱃속에서 죽었지만 작품으로 생명력을 불어넣고 싶었다고 한다. 만삭의 둥근 배 형태와 기억을 작품으로 살려놓고 싶어서 만든 조각이 ‘Stack’이다. 아이가 작품으로 태어나 계속 마주할 수 있게 말이다. 언제까지 과거의 슬픈 경험에 매여 불행하게 살 것인가? 그녀는 우리에게 기쁨을 선사하는 작품을 만들고 있다. 많은 이가 힘든 일을 겪으면 무너지거나 부정적인 감성으로 살아가는데, 애니 모리스는 세상을 보는 시선과 태도를 긍정적으로 이끌기를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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