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움직이는 ‘한 구절’… 네이단 콜리의 ‘텍스트 조명’

ART CHOSUN
 직접적인 말 한마디만큼 명쾌한 설명이 있을까. 그래서인지 텍스트는 미술가들의 오랜 단골 소재였다. 네이단 콜리(Nathan Coley·56)의 텍스트 조명(illuminated text) 설치 작업 역시 직관적인 문구를 기반으로 하는데, 이 직설적인 메시지가 오히려 피상적이면서 모호한 회화보다는 보는 이의 발길을 더 오래 잡아두는 역할을 한다. ‘YOU IMAGINE WHAT YOU DESIRE’, ‘YOU CREATE WHAT YOU WILL’과 같이 작가는 텍스트에서 ‘당신(YOU)’이라며 관객을 지칭함으로써 작품이 관객에게 말을 거는 형태를 취하게 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콜리는 “내 작업은 인간적인데, 보는 이에게 말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그 뜻은 작품이 관객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고 작업 자체에 의식이 부여된다”라고 설명한다. 
 
이는 콜리가 다른 텍스트 기반의 미술가들과 구별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마틴 크리드(Martin Creed)의 대표적인 네온사인 아트 ‘EVERYTHING IS GOING TO BE ALRIGHT’은 위안을 주면서 동시에 다소 불안한 뉘앙스가 내재돼 있다면, 그에 비해 콜리는 단도직입적인 돌직구 스타일에 가깝다. 그러나 어떠한 특정 사상이나 의식을 주입하려는 것은 아니라고 작가는 강조한다.
 
“제 작품은 네온이 아닌, 옛 극장 간판과 같이 일일이 설치한 전구로 이뤄집니다. 네온은 현대 미술에서 지속적으로 사용돼 온 재료이지만, 네온을 사용하면 광고를 연상시키는 면이 있잖아요. 제 조각은 무언가를 선전하고 홍보하지 않아요.” 작가는 텍스트를 작문한다기보다는 수집해 온다고 할 수 있는데, 책, 노래 가사, 혹은 택시 기사와의 대화 등과 같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에서 발견한 문구들을 ‘채집’해 오는 식이다. 
 
콜리의 텍스트 작업은 2006년부터 런던 테이트 모던, 에든버러 스코틀랜드 국립현대미술관, 뉴질랜드 오클랜드 미술관 등 전 세계 미술 기관과 갤러리, 비엔날레, 공공장소 등에 광범위하게 전시돼 오고 있다. 세상으로부터 빌려온 단어와 문구를 배경으로 하는 그의 작품들은 신중하게 선택된 장소, 예를 들어 런던의 금융지구 중심가나 독일에서 나치가 과거에 사용한 수영장 등에 설치됨으로써, 텍스트는 작품이 설치된 현장으로부터 영향력과 호소력을 얻는다. 
 
네이단 콜리의 국내 첫 개인전 ‘No Golden Rules’가 7월 8일까지 서울 성수동 더페이지갤러리에서 열린다. 대표작인 대형 텍스트 조명 설치 작업부터 여러 종교적 건축물을 나타내는 조각까지 작가의 주요 작품들이 내걸린다. 전시 타이틀 ‘No Golden Rules’은 인본주의 극작가이자 비평가, 철학자인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의 ‘황금률이 없다는 것이 황금률이다(The Golden Rule is that there are no golden rules)’라는 말에서 따온 것이다.
 
이번 출품작 ‘YOU IMAGINE WHAT YOU DESIRE’, ‘YOU CREATE WHAT YOU WILL’, ‘YOU WILL WHAT YOU IMAGINE’ 이들 세 점은 제19회 시드니비엔날레(2014)에서 첫선을 보인 이후 최초로 이번 전시를 통해 한자리에 다시 모였다. 이들 텍스트는 조지 버나드 쇼의 만물 창조의 여명을 배경으로 한 우화적인 이야기를 담은 희곡 ‘In the Beginning: B.C. 4004 (In the Garden of Eden)’(1921)으로부터 비롯됐다. 
 
한편,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생활하며 작업하고 있는 콜리는 2007년 영국 최고 권위의 미술상인 터너상(Turner Prize) 최종 후보에 오른 바 있다. 오는 6월부터는 테이트 모던이 소장 중인 그의 작품 ‘YOU MUST CULTIVATE YOUR GARDEN’이 미술관 야외에 전시될 예정이다.
May 30,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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