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료를 화면위에 균등히 평평하게 반복 도포하는 최명영의 작업태도는 마치 승려의 묵언수행(默言修行)하는 방식이라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사경(寫經)이라는 경문을 그대로 옮겨 적는 작업이라도 글씨 자체를 자기 나름으로 바꾸어 적는 것은 가능하다. 결국은 경문(經文)을 대신해 자기의 문장으로 되는 일이 벌어 질수도 있다는 상상도 해본다. 치바 시게오(千葉成夫), 미술평론가>”
1900년대 중반이후 최명영 ‘평면조건(Conditional Planes,平面條件)’은 방안지 드로잉(方眼紙, section paper)의 단위면적 위에 질료를 손가락으로 연속적으로 메꾸어 나아가는 몸을 드리는 반복 작업이다. 자신의 작품세계가 ‘사경(寫經)’, ‘사경화(寫經畵)’로 인식하기에 이른다.
그것을 이일 미술평론가는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기보다는 ‘해체’되고 있다”고 평했다. “수직·수평의 불규칙적인 선조(線調)들이 마치 사라지다만 흔적처럼 끊겼다가 다시 이어지고 사라졌다 다시 드러나고 있다. 수직·수평 선조의 명멸(明滅)이 은밀해지면서 차츰 더 내재화(內在化)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말하자면 유한과 무한의 ‘공간조건’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라고 했다.
December 14,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