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찔움찔 씰룩씰룩…춤꾼의 몸짓이 몸 떨리는 전시장에 들어왔다

한겨레

등짝이 실룩거린다. 발등은 움찔거린다.

몸 떨리는 미세한 영상들이 눈길을 잡아매는 전시판이다. 춤꾼이자 안무가인 이양희(48)씨가 서울 성수동 더페이지갤러리에 벌인 개인전 ‘축과 발’의 현장은 치열한 율동의 반복으로 채워진다.

안쪽 전시 공간에서는 춤사위에 젖어 움찔거리는 사람의 뒤태와 아래 몸 세부를 낯설게 키워 보여주는 영상들이 작가가 혼자서 추는 여러 독무들의 영상들과 나란히 돌아간다. 튀르키예 이슬람 수피교단의 영성 춤 세마를 연상케하는, 빙글빙글 도는 원무가 펼쳐지는가 하면, 이땅의 전통 부채춤이나 칼춤 등을 떠올리게 하는 자연스럽고 은근한 손과 어깻죽지의 춤사위를 끊임없이 반복하면서 몸을 흔드는 모습도 이어진다. 이런 춤판들의 미세한 부분이 바로 클로즈업된 작가의 등과 발등 근육의 꿈틀거리는 모습들인데 각 이미지들이 기묘한 조화를 이룬다. 여기에 뽀득거리는 춤꾼 발의 바닥 마찰음과 이어폰 끼면 들리는 125~130비피엠(BPM) 비트가 되풀이되는 율동 음악이 얽혀든다. 전시실마다 이런 얼개로 관객 눈앞에 나타나는 춤 영상들은 반복되는 몸틀임의 매혹을 내뿜는다.

April 24, 2024
19 
of 1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