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소호나 첼시의 갤러리들을 드나들다 보면, '장르의 다변화'를 외치는 예술가들을 숱하게 만나게 된다. 하지만 대개는 하나의 명성에 기대어 다른 영역을 얄팍하게 탐닉하는 '외도'에 그치기 십상이다. 패션에서 출발해 영화, 공연을 거쳐 이제는 시각예술의 중심부로 진입한 한국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정구호(64)가 흥미로운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는 영역을 옮겨 다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구축한 미학적 영토를 점진적으로 확장하고 있으며, 그 종착지로서 마침내 '전시'라는 가장 순수한 조형의 무대에 도달했다.
오는 26일 서울 성수동 더페이지갤러리에서 개막하는 그의 개인전 '백골동(白骨銅)'은 그가 지난 아트부산 등에서 꾸준히 선보이며 미술계의 컬렉터들을 매료시켰던 '공생(Symbiosis)' 연작의 연장선이자 한층 깊어진 변주곡이다.
정구호의 이번 전시는 단순한 가구의 재해석을 넘어, 현대 시각예술이 마주한 본질적인 모순을 짚어낸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는 구한말 개성반닫이 사진 한 장에서 출발한 영감을 현대 산업 사회의 상징인 투명한 '플렉시글라스(Plexiglas)'와 장인의 손길이 깃든 '전통 장석'의 결합으로 치환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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