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동시대적인 ‘함께’의 예술
프랑스 디종의 콩소르시움이 서울의 더페이지 갤러리와 협업 전시를 선보인다. 벽을 점유한 아홉 작가의 낯선 작업들이 경계를 넘나들면서 역동적인 ‘추억의 궤도’를 만들어낸다.
더페이지 갤러리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낯선 영상이 올라왔다. 프랑스 디종에 위치한 콩소르시움 미술관(Consortium Museum)의 지난 50년간의 전시 장면들, 기나긴 역사가 30초 만에 휙 지나갔다. 일반의 잣대로는 꽤 허술하거나 불경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과거는 언제나 한 문장 혹은 훨씬 더 짧게 축약되어왔다. 누군가에게는 기억 혹은 경험하지 못했을 부재의 시간, 또 누군가에게는 삶이었을 선명한 시간은 교차하며 현재에서 만난다. 그 간극을 메울 도리는 없다. 50년 전에 존재했던 무언가가, 누군가가 여전히 생동하는 경우는 지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쩌면 1977년 디종의 어느 작은 서점에서, 두 패기만만한 청년의 손에 탄생한 콩소르시움이 어느덧 50년이 됐다는 사실만큼이나 중요한 건, 이들이 역사적 실체로서 건재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놀라운 건, 그렇게 살아남은 콩소르시움의 창립자 프랑크 고트로(Franck Gautherot)와 공동 디렉터 김승덕이 50주년 전시 «Up Against the Walls!»를 위해 더페이지 갤러리를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지금의 모습 그 자체다.
인상적인 사건 이면에는 누군가의 용기가 필연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콩소르시움 50주년의 한 순간을 서울에서 만날 수 있게 된 데에는 더페이지 갤러리 성지은 대표의 결단이 큰 몫을 했다. 매년 프리즈 서울을 전후한 이맘때는 한국 미술계의 모두가 작정한 듯 화려하게 차려입은 채 전력질주를 한다. 이 상징적이고도 결정적인 시기에, 성지은 대표는 한 발 물러서서 공간과 시간을 내어주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이는 단순히 ‘협업’이라기보다는 신뢰와 존중, 마음을 나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더페이지의 이번 시도는 미술계의 각 주체들이 어떻게 손을 맞잡고 공고한 편견과 경계를 함께 넘을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의 계기로 기억될 것이다. 스스로를 ‘은둔자’라 부르는 성지은 대표는 사업을 시작하고 거의 처음으로 <바자 아트>의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인터뷰에 응했으나, 실은 이조차 콩소르시움과 두 사람의 존재를 빛나게 하기 위해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