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트라산타는 예술 국가 이탈리아에서도 세계적인 조각가들이 특히 선망하는 ‘조각의 성지(聖地)’입니다. 이 도시의 첫인상을 상징하는 고속도로 진입 로터리에 대규모 작품을 세우게 돼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럽고, 더 좋은 작업을 선보여야겠다는 작가적 자부심이 생깁니다.”
화창한 날씨 속에 유난히 하늘이 푸르렀던 이달 10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서부 토스카나주의 피에트라산타로 향하는 고속도로 교차로에 나선형으로 상승하는 대형 대리석 조각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새로 개통한 이곳 고속도로 진입로에 영구 설치된 높이 11m, 무게 22톤의 작품 ‘무한한 기둥(Colonna Infinita)’이다. 이날 제막식의 주인공으로 모두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한국인 조각가 박은선(57·사진) 씨는 14일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이탈리아에 자리 잡고 작업한 지 29년째로, 인생의 반 이상을 이곳에서 보냈다”면서 “많은 조각가들이 이곳 피에트라산타에 작품을 설치하는 게 희망일 텐데 큰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유명 관광지 ‘피사의 사탑’에서 북쪽으로 약 40㎞가량 떨어져 위치한 해안 도시 피에트라산타는 인구 2만 5000명의 소도시다. 질 좋은 대리석 산지 카라라와 인접해 르네상스 거장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를 비롯해 20세기의 대가 헨리 무어, 마리노 마리니, 호안 미로 등이 터를 잡고 활동한 곳이다. 지금도 미국의 제프 쿤스나 영국의 데이미언 허스트, 마크 퀸 등의 현대미술가들이 돌조각만큼은 피에트라산타의 공방을 찾을 정도다. ‘조각 성지’지만 공공장소에 작품을 설치한 작가는 콜롬비아 태생의 페르난도 보테로, 폴란드 출신의 이고르 미토라이, 벨기에의 장미셸 폴롱 등 소수에 불과하다.
June 15,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