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파편' 이어붙여…완전한 화합을 빚다

Naver News
일본 전통예술 기법 중에 ‘긴쓰기(金ぎ)’라는 게 있다. ‘금으로 수리한다’는 뜻이다. 긴쓰기는 깨진 상태의 도자기를 송진이나 금으로 보수해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태어나게 하는 방식이다. 깨지고 상처받은 흔적을 메움으로써 불완전한 삶의 빈자리를 채운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긴쓰기를 뛰어넘어 깨진 도자기를 이어 붙이는 방식으로 세계에서 주목받는 한국 작가가 있다. 2001년부터 ‘번역된 도자기’ 시리즈로 세계적인 미술관과 비엔날레에서 ‘러브콜’을 받아온 이수경 작가(59)다.
 
그는 도공의 가마에서 주워온 도자기 파편을 에폭시로 채우고 금박으로 덮어 조각으로 만든다. 고려 불상에 사용하는 금박이다. ‘번역된 도자기’란 이름은 이 작가가 오래전 이탈리아 도공들에게 백자에 관한 한국 시를 번역해 들려준 뒤 조선백자를 재현해달라고 요청한 데서 시작됐다.
 
이 작가가 2017년 베네치아 비엔날레에 내놓아 화제가 됐던 ‘이상한 나라의 아홉 용’이 국내에 처음 공개됐다. 지난 15일 서울 성수동 더페이지갤러리에서 개막한 개인전에서다. 전시명이기도 한 ‘이상한 나라의 아홉 용’은 높이가 5m에 달한다. 비엔날레 이후 작가가 개인 소장하다가 내년 미국의 한 미술관으로 옮겨지기 전 국내 미술 애호가들에게 선보인 것. 한국 땅에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다.

이 작가는 “긴쓰기는 도자기를 단순히 수리하고 고치는 방식인 반면 ‘번역된 도자기’ 시리즈는 각각의 문화와 역사가 깃든 도자기 조각들을 퍼즐 붙이듯 재창조하는 것”이라며 “깨진 걸 이어 붙이는 것은 서로 다른 것들을 충돌시킴으로써 그 안에서 일어나는 화합의 에너지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작품에 쓰인 도자기들은 경기 여주·이천, 중국 단둥 등지의 도자기 공방에서 1년여에 걸쳐 수집한 ‘쓰레기’들이다.
December 20,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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